글출처: 다음카페 군사문제 전쟁 전략 군사
지휘관의 자질론(1)
예로부터 전쟁의 승패를 결정적으로 좌우하는 것은 지휘관이다. 따라서 어떠한 사람이 지휘관이 되어야 하고, 전쟁에 승리하는 훌륭한 지휘관이 되려면 어떠한 자질을 구비해야 하는가는 군인들의 중요한 화두였다. 이에 대하여 함축성있게 정리해놓은 글이 있어서 옮겨 소개한다. '전쟁, 전략, 군사 입문' (법문사, 2005), pp. 73-74.
요구되는 모든 자질을 구비하였다고 하여 전쟁에서 승리하는 지휘관이 되는 것은 아니다. 전쟁의 승리는 그보다는 더욱 복합적인 요인에 의하여 결정된다. 지휘관의 역량이 좌우하는 정도가 지배적인 경우에도 전반적인 자질이 뛰어난 지휘관이 승리하는 것이 아니라 그 당시 상황이 요구하는 바에 부합되는 자질을 높게 보유한 지휘관이 승리하게 된다. 예를 들면, 극한적인 상황에서는 높은 강인성을 보유한 지휘관이, 제도와 규정이 잘 발전된 안정된 부대에서는 군사적 전문성이 탁월한 지휘관이, 부대원들이 감정적으로 격양된 상황에서는 통솔력이 뛰어난 지휘관이 유리하다. 따라서 상급자는 상황에 맞도록 하급지휘관의 자질을 잘 선별하여 임무를 부여해야 한다.
훌륭한 지휘관이 구비해야 하는 자질의 목록과 내용을 이해하는 것이 중요한 것은 아니다. 군인들은 그러한 자질들을 실제적으로 체득할 수 있어야 하고, 전장에서 그러한 자질을 구현할 수 있어야 하며, 전쟁에서의 승리라는 결과를 통하여 입증할 수 있어야 한다. 예를 들면, 용기의 중요성과 내용을 이해하는 것은 의미가 적고, 실제 전장에서 용감한 행동을 할 수 있어야 한다. 그렇기 때문에 지휘관의 자질론은 추천목록이고, 군대교육의 중점을 설정하는 기준이며, 부하선발을 위한 참고사항이지, 강요할 수 있는 사항은 아니다.
그리고 역사를 통하여 군대는 꾸준히 지휘관에 대한 의존도를 감소시키고자 노력하여 왔다. 인간에 대한 의존은 불확실하고 유동적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군대는 정보력을 향상시켜 전장의 불확실성을 감소시켜 왔고, 전례에서 도출한 교훈을 중심으로 각종 교리와 절차를 발전시켜 왔으며, 책임과 권한의 한계를 명백하게 설정하고자 노력하였고, 참모제도를 발전시켜 지휘관의 취약점을 보완하여 왔다. “도와 법에 의존하면 모두 완전하지만, 지혜와 능력만으로 다스리면 실패할 확률이 높다. 무릇 저울에 달아 형평을 알고, 컴퍼스로 재서 둥근 것을 아는 것이 완전한 방법이다.”
지휘관의 자질론에서 열거하는 요소들은 대부분 유사한 내용인데도 그 표현방법이나 용어가 다양하여 혼란스러운 점이 있다. 어떤 사람은 포괄적으로 어떤 사람은 세부적으로 분류하고, 어떤 사람은 직접적으로 어떤 사람은 은유적으로 표현한다. 그러나 이들을 내용의 범주별로 단순화해보면 대체로‘강인성’, ‘군사적 전문성’, ‘통솔력’으로 구분할 수 있다. 동양의 다양한 병서에서 언급하고 있는 장수의 자질을 ‘지(智)’, ‘인(仁)’, ‘용(勇)’으로 요약하는데 이와 순서는 달라도 동일한 내용이고, 클라우제비츠와 같은 서양의 이론가도 유사한 내용을 주장하고 있으며, 인간의 가슴, 머리, 사지와도 비유될 수 있다.
‘강인성’, ‘군사적 전문성’, ‘통솔력’으로 구분하였다고 하여 그 구분이 지휘관의 모든 자질을 포괄한다는 것은 아니다. 그 외에도 다양한 자질이 있을 수 있고, 어떤 경우에는 특별한 자질이 승패를 결정할 수도 있다. 또한 이들은 긴밀하게 연관되어 있고 상호 영향을 주거나 보완한다. 예를 들면, 군사적 전문성이 높은 지휘관은 부하들에게 지휘관을 따르면 승리할 수 있다는 확신을 부여함으로써 사기를 고양시킬 수 있기 때문에 통솔력을 결정적으로 보강할 수 있다. 다만, 인간의 역량이 제한되어 있다는 차원에서 보면 특정 지휘관이 모든 요소를 훌륭하게 구비하기는 어렵고, 어느 한 요소를 구비하고자하는 노력은 다른 요소를 구비할 기회나 여건을 제한시킬 수 있다.
지휘관의 자질론(2)
지휘관의 가장 우선적인 자질은 강인성이다. '전쟁, 전략, 군사 입문' (법문사, 2005), pp. 74-75.
<강인성>
이것은 용기, 결단력, 의지력, 인내심 등으로 다양하게 표현되고 있는데, 위험하고 불확실한 상황을 기어이 극복하고 임무를 완수하고야 말겠다는 의지와 능력에 관한 사항이다. 지휘관은 적의 지휘관이나 자신의 부하들보다 어려운 상황을 더욱 잘 견디고, 어떠한 상황 속에서도 최선의 해결책을 찾아내려는 용기를 잃지 않으며, 결국은 임무를 완수하고야마는 정신적이고 육체적인 강인성을 구비해야 한다.
이는 지휘관에게 가장 중요한 사항으로서 다른 것들이 잘 갖추어졌다고 하더라도 이 부분이 취약하면 최종적인 승리를 획득하기가 어렵고, 어느 경우에는 적 지휘관과의 정신적, 육체적 강인성의 차이가 전쟁의 결과를 결정할 수도 있다.
강인성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는 정신적인 측면으로서, 그의 근본은 애국애족의 충성심과 확고한 사생관, 승리를 위한 의지와 열정이다. 전체를 위하여 자신을 희생하겠다는 각오, 승리에 대한 비장함과 확신, 그리고 승리를 위해서는 무엇이든지 할 수 있다는 열정이 강인성의 근본이다.
특히 승리에 관한 확신과 열정은 자신이 옳은 일을 하고 있다고 생각할 때 극대화되기 때문에 정의의 전쟁을 수행하고 있다는 실제적인 사실과 이를 바탕으로 한 도덕적 용기가 중요하다. 이러한 도덕성을 바탕으로 하기 때문에 민주주의 국가의 군대는 처음에는 다소 취약하지만 전쟁이 계속될수록 점점 강해지는 것이다.
육체적인 강건함도 강인성과 깊은 관계가 있다. 인간의 의지도 육체의 상태에 의하여 영향을 받지 않을 수 없기 때문이다. 과거에는 젊은 나이에 공을 세운 명장들이 많았고, 클라우제비츠도 육체적 용기를 중시하였으며, 나폴레옹의 패인을 건강의 실패에서 찾기도 한다. 비록 현대전에서는 지휘관이 심각한 육체적 스트레스에 노출될 가능성이 적기는 하지만, 장기간의 지휘 자체가 강건한 육체를 기본으로 요구한다. 특히 자연과 인위적 조건이 혹독할수록 육체적인 강인성이 정신적인 강인성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
신중하고 침착한 성품도 중요하다. 상황변화에 따라 일희일비하거나 충동적인 의사결정을 내리는 성격으로는 천변만화하는 전장에서 지속적인 성공을 거둘 수 없다. 죽음의 공포가 밀려오고 있어도 침착한 마음으로 해결책을 모색하고 실천할 수 있는 성품을 구비해야 한다.
강인성은 천부적인 측면이 강하지만, 역경의 경험을 통하여 강화되고, 평시의 훈련으로도 어느 정도 향상될 수 있다. 따라서 한 번을 실시하더라도 실전과 같은 혹독한 여건에서 훈련을 실시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리고 실전경험만큼 강인성을 함양하는데 좋은 기회가 없기 때문에 실전경험을 통하여 강인성이 입증된 지휘관을 중용할 필요가 있다.
지휘관의 자질론(3)
<군사적 전문성 >
이것은 지(智), 지능, 상상력, 지적 역량 등으로 다양하게 표현되고 있는데, 그 당시 부여된 군사적 상황에 대하여 최선의 해결책을 정확하고 신속하게 찾아낼 수 있는 능력을 말한다. 군사문제에 관한 지식이 없다고 하더라도 개인적인 통찰력에 의하여 최선의 해결책을 찾아낼 수 없는 것은 아니나, 무기체계가 복잡해지고 상황의 유동성이 커진 현대일수록 군사문제에 관한 전문적인 지식의 비중이 커지기 때문에 ‘군사적 전문성’으로 표현하였다. 따라서 군사적 전문성은 통찰력과 군사적 지식으로 구성된다고 할 수 있다.
통찰력은 불확실성 속에서 몇 가지의 단서로도 전체를 파악하고 최선의 해결책을 찾아내는 능력이다. 실제적으로는 적보다 한 차원 높거나 한 순간 먼저 사고하여 다양한 차원에서 기습을 달성하는 능력이라고도 할 수 있다. 통찰력은 논리 이전의 영역으로서 상상력과 창의력이 중요한 부분을 차지한다. 통찰력이야말로 명장과 범상한 장군을 구별하는 결정적인 요소일 수 있다. 통찰력은 천부적인 측면이 강하지만 경험과 학습이 수반되면 더욱 극대화될 수 있다. 전장상황에 직면하고 나서야 발휘되는 것이기 때문에 사전에 누가 전쟁에 관한 통찰력을 지니고 있는지 알아내기가 어렵다는 점이 있다.
지식은 이미 발견되었거나 다른 사람들이 알고 있는 사항을 학습을 통하여 익힌 결과이다. 모든 사람들이 동일한 수준으로 열성적으로 학습한다면 이 분야의 차이는 크지 않겠지만, 실제로는 사람마다 열성과 지적 역량의 차이가 있어 군사적 지식의 깊이와 폭에 있어서 차이가 발생한다.
군사적 지식은 실체를 갖고 누적되는 것이기 때문에 통찰력에 비해서 신뢰성(reliability)이 크고, 따라서 군사학(military science)이라는 이름으로 과학적이면서 지속적인 연구를 강조하는 것이다. 이미 밝혀진 사실이기 때문에 이를 알고 적용하는 경우에는 성공에 대하여 확신을 가질 수 있을 뿐만 아니라, 그러한 지식이 바탕이 되어 예상하지 못했던 통찰력을 발휘할 수도 있다. 어느 지휘관이 군사적 지식을 많이 함양하고 있는지는 어느 정도 식별할 수 있다는 점에서 선발시 중요하면서도 객관적인 기준으로 사용할 수 있다.
현대에는 군사문제가 복잡해지고 기술적인 사항의 비중이 높아져서 상당한 공부가 전제되지 않고서는 군사적 전문성을 구비하기가 어렵다. 현대의 지휘관들은 군사이론은 물론이고, 국내 및 국제정치적인 측면, 국제안보협력 등에 대해서도 상당한 식견을 구비해야 하고, 군사과학기술 분야에 대해서도 개념적인 이해가 가능해야 한다. 따라서 모든 간부들은 스스로 군사적 전문성 향상에 노력해야 하고, 군대는 군사학 체계를 확립하고, 정립 및 연구된 내용을 학교기관 등을 통하여 체계적으로 교육시키며, 야전부대의 실상에 맞도록 응용할 수 있어야 한다. 군대는 군사문제에 대한 연구와 토의를 강화하고, 직위가 높아짐에 따라 요구되는 군사적 전문성을 간부들에게 지속적으로 보충시킬 수 있어야 한다.
지휘관의 자질론(4)
<통솔력>
신(信), 인(仁), 엄(嚴) 등으로 다양하게 표현되고 있는데, 이는 조직원들의 마음을 통일시키고 조직의 역량을 한 곳으로 집중시키는 능력을 말한다. 부하들의 강인성을 강화시키거나 발휘하도록 하고, 부하들의 군사적 전문성을 최선의 효율성으로 통합하는 능력이다.
통솔에 있어서 우선적인 사항은 조직 전체에 관한 것으로서, 지휘체계를 확립하고, 신상필벌을 중심으로 하여 공정한 규칙을 정립하고 시행하는 것이다. 이 부분은 겉으로는 드러나지 않아 과소평가되기 쉬우나 통솔에 있어서는 실제로 가장 중요한 요소이다. 조직을 통하여 통솔의 책임을 분담하고 공이 있는 사람에게 상을 주고 잘못한 사람에게 벌을 주게 되면 모든 부대원은 최선의 노력을 경주할 것이고, 발휘되는 부대의 전투력은 커진다. 그리고 이러한 사항들이 지휘관의 일시적 착안에 의하여 시행되어서는 곤란하고, 제반 제도, 규정, 절차를 통하여 자동적이면서 지속적으로 보장되어야 한다.
통솔의 또 다른 요소는 하급자에 관한 것으로서, 그들로부터 스스로 복종하는 마음을 얻어내는 것이다. 부하를 사랑하거나, 존중하거나, 언행일치로서 신뢰를 얻거나, 솔선수범하여 존경을 받는 것이다. 이것이 바로 오기 장군이 부하 병사의 등창을 입으로 빨았다는 사례가 회자되는 이유이다. 통솔에 있어서는 이 부분의 비중이 지나치게 과장되어 강조되는 점이 있다. 부하들을 인애로 대하는 것도 통솔에 있어서는 중요한 요소이지만, 그렇게 되면 자칫 인기 위주의 지휘로 흐를 수 있고, 부대의 임무 완수에 소홀해질 수 있다. 지휘관은 항상 임무완수를 강조하고 필요시에는 부하들을 엄하게 다스릴 수 있어야 한다.
통솔의 또 다른 요소는 상급자에 관한 것으로서, 국가와 상관에 대한 충성심을 바탕으로 성실과 예의로써 신뢰를 쌓아 상관의 지지와 지원을 최대한 획득하고, 스스로의 재량권을 극대화하는 것이다. 자신의 권한이 크지 않으면 지휘상의 융통성이나 수단이 충분하지 못하지만, 자신의 권한이 커지면 지휘의 폭과 수단이 커질 수밖에 없다. 망각하기 쉽지만 상급자로부터 신뢰받는 것도 통솔의 중요한 부분이다.
통솔은 개인의 역량에 의존하는 부분과 제도와 규정에 의존하는 부분으로 분류할 수 있다. 제도와 규정이 미흡할수록 개인의 통솔력에 의존하는 부분이 크고, 제도와 규정이 잘 정비될수록 개인 통솔력의 비중이 줄어든다. 최선의 지휘는 조직의 제도와 규정을 합리적으로 발전시킴으로써 통솔력이 개입되어야 할 소지를 줄이는 것이다. 그렇게 되면 지휘관은 통솔의 부담에서 벗어나서 다른 분야에 집중할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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