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OME 시즌 1/2가 있다는 사실을 아실겁니다. 제1차 삼두정치 말기를 시작해서.. 옥타비아누스의 제정으로 가는 로마의 모습을 잘 그려내고 있고 엄청난 고증 재현은 당시 한국사극을 펼치던.. 주몽과 비교되기도 했지요. 물론 시청률은 주몽이 높았지만 말이죠..ㅋㅋㅋ
아무튼.. 저는 로마에서 보여준 전투씬 잠깐 보여주었던 시즌1 EP1에서의 로마군과 갈리아 원주민들과의 전투씬에 대한 좋은 글을 보아서 올려봅니다.


로마 제국을 배경으로 한 영화는 수도 없이 많습니다. 당연히 로마군이 등장하는 영화도 그만큼 많지요.
그러나 수없는 영화화 과정에도 불구하고 실제 로마군의 모습과 전투방식을 제대로 재현한 영화는 매우 드물다고 할 수 있습니다. 고전영화는 물론이고 비교적 최근에 제작된 영화들도 마찬가지입니다.

한 예로 유명한 '글래디에이터'를 보면, 앞부분 전투 장면에서 로마군 병사의 복장이나 장비 등은 비교적 충실하게 재현되었지만 전투 장면에 있어서는 초반부터 전투 대형이 허물어지고 난전으로 돌입하는 등의 오류가 있었습니다.

개인적인 의견이지만 현재까지 로마를 배경으로 한 영화, 드라마 중에서 가장 고증에 충실하게 로마군을 묘사한 작품은 HBO의 드라마인 로마(Rome) 시리즈가 아닌가 싶습니다. 국내에도 방영되어 보신 분도 많이 계시겠지만, 물론 이 드라마는 전쟁 드라마는 아닙니다. 엄격히 말하면 정치 드라마에 가깝지요. 전투장면도 거의 나오지 않아서 많은 팬들을 실망시키기도 했습니다. (그렇다고 그것이 이 드라마의 재미를 떨어뜨린 건 또 아닙니다.) 하지만 시즌 1의 첫 번째 에피소드에 짧게 묘사된 장면은 입이 딱 벌어질 만큼 정확하게 로마군의 전투를 재현하였습니다.

드라마의 시작과 동시에 간략한 배경 설명이 나오고 장면은 기원전 52년의 갈리아로 이동합니다. 갈리아에서는 율리우스 카이사르의 갈리아 전쟁이 8년째 진행되고 있었습니다.

적의 공격을 기다리는 로마군 병사들의 긴장된 모습이 묘사됩니다. 위의 스틸 사진 가운데 서 있는 사람은 주인공 중 하나인 백인대장 보레누스. 투구에 가로로 단 장식이 그가 백인대장임을 표시해주고 있습니다. 사진 속 로마군 병사들은 쇠사슬 갑옷인 로리카 하마타(Lorica hamata)를 입고 있습니다.
물론 많은 분들이 로마군 하면..


제정시대 로마군

이런 이미지를 떠올립니다. 그것은 대부분의 할리우드 사극 영화에 등장하는 로마군이 저런 복장으로 등장하기 때문이지요. 하지만 로마 역사가 천 년이나 되는 만큼 복장도 하나로 고정되었던 것은 결코 아니었습니다. 위의 복장을 착용한 것은 제정 중반기 뿐이지요. 따라서 '글래디에이터'에 등장하는 로마군이 저 복장으로 나오는 것은 정확한 고증이지만 '스파르타쿠스'나 '아틸라'에 등장하는 로마군이 저 갑옷을 입은 것은 전혀 사실이 아니라는 것입니다.

공화정에서 제정 초기까지 로마군은 흔히 체인메일이라고 하는 사슬 갑옷을 입었습니다. 라틴어 명칭은 위에 말했듯이 로리카 하마타라고 합니다. 제가 지금까지 보았던 로마 배경 영화 중에서 로리카 하마타를 본 것은 이 드라마가 유일한 것 같습니다. 다만 투구는 조금 후대의 것을 착용한 듯 하군요.


숲속에서는 갈리아 전사들이 기세를 올리고 있습니다. 참고로, 이 드라마에서는 묘사되는 전투가 어떤 전투인지 명시되지 않지만 감독은 코멘터리에서 이 전투는 갈리아 전쟁의 마지막 대규모 전투인 알레시아 전투의 일부를 묘사한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전투 직후 베르킨게토릭스가 항복하는 장면이 나오기 때문에 정황상으로 알레시아 전투임을 짐작할 수 있습니다.

 


적이 달려오는 것을 지켜보며 백인대장 보레누스는 호각을 불어 신호합니다.


신호에 맞춰 일제히 전투대형을 갖추는 군단병들. 이들이 잘 훈련된 베테랑들임을 한 번에 알아볼 수 있습니다.


돌진해오는 갈리아 전사들. 갈리아인은 밀집 대형으로 싸웠던 로마군과는 달리 느슨한 대형으로 싸웠습니다. 긴 무기를 휘두르는 것을 선호했기 때문에 밀집 대형이 불편했기 때문이지요. 이 차이가 갈리아 인보다 체구도 작고 힘도 떨어지는 로마군에게 결정적인 우위를 제공했습니다. 갈리아 인은 용맹했고, 수적으로도 우세했지만 혹독한 규율로 단련된 로마군의 상대가 되지 못했습니다.


마침내 양군의 정면 충돌


이 장면에서 로마군 특유의 기술 하나가 묘사되는데요, 짧은 칼인 글라디우스로 긴 칼을 휘두르는 갈리아인이나 게르만족을 상대해야 하는 로마군은 철저하게 한 동작만을 훈련받았습니다. 그것은 큰 타원형이나 장방형 방패(스쿠툼)으로 몸의 정면을 가리고 그 옆으로 내지르듯이 공격하는 동작이었지요. 위의 동작은 그것의 대표적인 기술인데, 적군이 긴 칼을 휘두르며 내려치면, 로마군 병사는 방패를 들어 그것을 막아내면서 칼을 쥔 손을 밑으로 뻗어 적병의 오금을 베었습니다. 이 기술을 날마다 훈련받았으니 로마군의 밀집 전투 대형이라는 것이 얼마나 무시무시한 것인지 짐작이 가실 것입니다. 물론 이것은 양 옆의 전우가 측면을 확실하게 막아 줘야만 가능한 기술이었지요.


또 한 가지. 잘 보면 뒷 줄의 병사들은 모두 앞 줄 병사의 갑옷에 달린 가죽끈을 단단히 잡고 있습니다. 제 1열이 적군의 압력에 무너지는 것을 방지하는 동시에 난전 중에서 대열을 유지하기 위한 방법이었습니다. 앞서 말했다시피 대열이야말로 로마군 전법의 모든 것이었으니까요. 대열이 무너져 개인 대 개인의 난투가 되면 대부분의 평균적인 로마군은 체격이 크고 용맹에서 뛰어난 갈리아 인을 당할 수 없었습니다.


어느 정도 전투가 진행되자, 보레누스는 다시 호각을 불어 명령을 내립니다.


그러자 이제까지 1열에서 싸우던 병사들이 신속하게 뒤로 물러서고 2열의 병사들이 앞으로 나옵니다. 매 30-45초마다 전열을 교환하던 로마군의 전법을 재현한 장면입니다. 대열을 유지하면서도 병사들의 체력을 유지하기 위한 방법이었지요. 이 장면을 보면 로마군이 전쟁 기계라고 불리는 이유가 조금이나마 짐작이 갑니다.


그리고 보레누스는 주인공답게 아까 소개한 오금베기 기술과 쌍벽을 이루는 로마군의 또다른 기술을 선보이고 있습니다.
이번에는 방패를 이용해 적군의 다리를 찍은 뒤 칼로 적의 목덜미를 찌르는 기술입니다. 


그때 돌발상황이 발생합니다. 또다른 주인공인 군단병 티투스 풀로가 혈기를 참지 못하고 적진으로 뛰어든 것.
사실 이 에피소드는 카이사르의 '갈리아 전쟁기'에 기록된 에피소드를 좀 많이 각색한 것입니다.


당연히 용납될 수 없는 일. 보레누스는 풀로에게 대열로 돌아오라고 명령합니다. 그러나 들은 척도 하지 않는 풀로.


하는 수 없이 구조대가 파견되어 적진에 고립된 풀로를 구해냅니다.


풀로에게 버럭 소리를 지르는 보레누스  "대열로 돌아가라. 이 술 취한 멍청아."
그러나 풀로는 반성하기는 커녕 욕설에 화가 나서 백인대장에게 펀치를 날립니다.


하급자가 상관에게 주먹을 날리는 행위 역시 규율 빼면 남는 게 없는 로마 군단에서 결코 용납 될 수 없는 일.
그 자리에서 방패로 얻어맞고 체포되는 풀로.


골칫거리가 처리되자 다시 전투 지휘관으로 돌아온 보레누스의 명령  "재정비!"
전투 장면은 여기서 끝나고 곧장 채찍질 당하는 풀로의 모습으로 넘어갑니다.
이 전투장면은 채 매우 짧은 장면이지만 말 그대로 로마 보병 군단의 거의 모든 것을 보여주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전술, 규율, 지휘와 명령 체계, 기타 등등.. 글래디에이터처럼 여기저기서 불꽃이 터지고 화려한 액션이 나오지는 않습니다. 그러나 마치 1차사료를 읽는 것처럼 정제되지 않은 당시 전투의 모습을 그대로 보여주는 장면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 드라마는 시즌 1,2를 통틀어서 전투 장면은 이 장면을 포함해 단 두 장면 뿐입니다. 이 장면의 퀄러티를 생각한다면, 매우 아쉬운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저의 후기.



개인적으로도 느끼는 드라마이지만.. 당시 주몽을 보던 저에게는 너무나.. 비교되어서 참.. 할말이 없었고.. 부러웠던 드라마이기도 합니다. 한류어쩌고 하지만.. 정작 자기 역사문화도 고증하지 못하는 사극들만 판을치고.. 거기서의 배우들만 좋다고 좋아하는 그런 형태를 보여주고 그걸 또 수출하는걸로 한류라고 한다면.. 과연 우리가 사극을 제대로 만들어서 정말 사극을 만드는지부터 반성해봐야할 것입니다.

지나칠정도로.. 역사문화의 왜곡현상.. 고증도 제대로 맞추지 못하는 사극.. 일본의 사극과 너무나 비교될수 밖에 없을 겁니다. 사극으로 임진왜란의 명장이신 이순신 장군과 멍장인 원균과 비교한다면.. 일본은 이순신 장군이나.. 한국은 원균수준에 불과하다는 것입니다. 아동용 애니메이션 고증조차도 입이 벌어지는 수준인 일본의 일류 문화수출과 고증은 재너머로 배우와 러브스토리로만 한국의 한류문화수출중.. 과연 어느것이 진짜 문화흥행을 이루는지 극명하게 보여주지 않을까요?

사진및 글 출처및 작성자

네이버 대하사극 매니아 카페 사극장군님(카페에서 발췌자)
mr. snow (원문작성자)


Posted by 잡상다운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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